최고의 바디 호러 수작
서브스턴스는 현재 상영 중인 코랄리 파르자 감독의 영화입니다. 현재 상영 중이고 전체적인 줄거리와 결말 그리고 감상을 담았으니, 아직 보지 않으신 분들은 꼭 뒤로 가기를 눌러주시기 바랍니다. 서브스턴스는 아주 전형적인, 현재 할리우드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만연한 외모 지상주의에 대한 비판을 담은 영화입니다. 하나의 정신을 공유함에도 불구하고, 약물로 얻게 된 젊은 몸과 처절하게 사투를 벌이고, 정말 더 추할 수 없는 모습으로 죽게 되는 주인공의 모습을 연기한 데미 무어는 연기상을 수상할 정도로 압도적인 연기력을 보여줍니다. 실제로 데미 무어는 전신 성형을 했을 정도로, 아름다운 배우로서의 이미지를 포기하지 못하고 외모에 신경을 쓰는 배우인데, 이 역을 맡아 연기한 것이 실로 놀랍습니다. 배우 인생 처음으로 연기상을 수상하고 난 그녀의 수상소감 역시 굉장히 인상 깊으니 시간 되시는 분들은 꼭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영화 자체는 호불호가 심하게 갈릴 수 있습니다. 흥미로운 플롯을 바탕으로 페미니즘적인 시각으로 외모 지상주의를 통렬하게 비판하는 재밌는 영화임에는 이견의 여지가 없으나, 감독의 의도를 거의 충격 요법으로 전달하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난이도 있는 고어물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특히 영화 후반부 30분은 영화를 보다가 나가는 사람이 있을 정도로 심약한 분들에게는 쉽지 않은 영화이니, 관람전에 꼭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엘리자베스
젊은 시절 할리우드 최고의 스타였던 엘리자베스 스파클은 이제 50세 중년의 배우가 되었고, 에어로빅 쇼를 진행하며 겨우 연예인으로서의 삶을 이어가고 있었습니다. 여자 화장실이 고장 나 이용하게 된 남자 화장실에서 자신에 대한 모욕적인 언사를 하며 해고 계획을 세우는 PD의 통화를 엿듣고 나서 충격에 빠진 채 운전을 하여 집을 가던 엘리자베스는 설상가상으로 교통사고까지 당하게 됩니다. 다행히 몸은 다친 데가 없었지만, 정신적 한계를 느낀 엘리자베스는 울음을 터뜨렸고, 당황한 의사가 자리를 비운 사이 남자 간호사가 추가 검사를 한다며 그녀의 몸을 살피게 됩니다. 그리고 병원에서 나와 주머니 속에 서브스턴스라고 적힌 USB를 발견하게 된 엘리자베스는 살펴보는 사이, 중학교 동창인 프레드를 만나게 됩니다. 늙은 자신을 여전히 이쁘다며 추켜세워주는 프레드에게 얼떨결에 연락처까지 받게 됩니다. 엘리자베스는 돌아와 USB를 틀어 보게 되지만, 이내 쓰레기통에 넣어 버립니다. 하지만 술을 마셔도 씁쓸한 마음을 감출 수 없던 엘리자베스는 결국 서브스턴스를 주문하게 됩니다. 다음날 신문에서 본인 방송의 캐스팅 광고를 보고 분노한 엘리자베스는 서브스턴스 카드 키를 배달 받게 되고, 이내 어제 주문 당시 받았던 주소로 발걸음을 옮깁니다. 정체불명의 방에서 캐비닛 속의 물건을 수령한 엘리자베스는 활성제와, 안정제 그리고 일주일 치 영양제 등을 확인한 뒤 고민하다가 결국 서브스턴스를 본인의 몸에 주사하게 됩니다.
수
극렬한 고통과 함께 엘리자베의 정신은 본인의 등을 뚫고 나온 아름다운 클론 수의 몸으로 옮겨가게 됩니다. 황홀함도 잠시, 서둘러 본인 몸에 영양제를 투입하고 이내 코피가 나며 강한 어지러움을 느끼게 되자 본체의 척수액을 뽑아 안정제까지 투입하게 됩니다.
안정제와 영양제는 일주일 단위였고, 일주일이 지나면 본인 몸으로 돌아가서 척수액도 회복시키고 다음 일주일을 위해 새로운 영양제도 받아와야 했습니다. 안정제를 투입하여 완벽하게 클론과 동기화된 수는 곧바로 에어로빅 쇼의 면접을 보러 갑니다. 아름다운 그녀의 모습에 PD는 격주로 일을 해야 한다는 조건에도 그녀를 바로 합격시키게 되고, 모두의 환호와 기대 속에 에어로빅 쇼의 첫 방송을 성공적으로 진행하며, 꿈같은 일주일을 보냅니다. 반대로 엘리자베스는 극심한 허무함을 느끼며 일주일을 허비했고, 자신에게 서브스턴스를 소개한 간호사의 늙은 본체도 만나며 또 다른 자신이 잡아먹지 않냐는 섬뜩한 말도 듣게 됩니다. 자존감을 되찾기 위해, 동창 프레드와 약속도 잡지만 그녀는 무너진 자존감을 이겨내지 못하고 약속을 파투 내게 됩니다. 엘리자베스는 스트레스를 폭식으로 풀게 되고, 반대로 수는 일주일 내내 바쁜 일정을 보내며 행복한 삶을 이어 나갑니다. 그리고 점점 더해가는 인기에 수는 규칙을 어기고 일주일이 넘었는데도 하루, 이틀씩 척수액을 더 뽑아 쓰고 교체를 하는 일이 빈번해집니다. 그럴 때마다 본체인 엘리자베스의 몸은 기괴하게 변해갔고, 만신창이가 되어갔습니다. 같은 정신인데도 몸이 바뀔 때마다 각자의 자아를 통제하지 못하는 엘리자베스와 수의 갈등은 결국 극에 달하는데, 수의 TV 인터뷰에서 전임자인 본인을 무시하는 내용을 보게 되어 격렬한 분노를 느끼게 된 엘리자베스는 온 집안을 난장판으로 만들어놓게 되고, 깨어난 수는 분노하여 교대하지 않고, 끊임없이 척수액을 뽑아 쓰게 됩니다. 그리고 아무런 제한 없이 화려한 연예계 생활을 즐기게 됩니다.
몬스트로 엘리자수
결국 척수액은 더 이상 뽑히지 않는 지경에 이르렀고, 수는 허겁지겁 엘리자베스의 몸으로 돌아가게 됩니다. 그리고 극심한 고통을 느끼며 깨어난 엘리자베스의 모습은 괴물에 가까운 노파의 모습이었고, 분노를 이기지 못하고 종료 신청을 하게 됩니다. 그리고 종료 주사기를 수의 몸에 꽂고 주사하던 중에, 그렇게 바라던 수의 전야제 MC 광고판을 보고 중단하게 됩니다. 그리고 수를 깨우지만, 수는 일어나지 않았고 다급한 마음에 심장에 본인의 피를 흘려보내 교체를 하게 됩니다. 하지만 종료 약물로 인해 교체되지 않았고 오히려 수의 자아가 분리되어 버립니다. 깨어난 수는 종료 약물을 보고 분노하여, 엘리자베스를 잔인하게 폭행해 죽이고 맙니다. 수는 이제 언제까지 유지될지 모르는 본인의 몸으로 마지막으로 전야제를 참가하기 위해 서둘러 방송국으로 가게 됩니다. 하지만, 방송 전 이빨부터 손톱 귀까지 하나하나 수의 몸은 무너져갔고, 수는 허겁지겁 집으로 돌아와 클론을 하나만 만들어야 하는 규칙을 무시하고 활성제를 또다시 주사하게 됩니다. 그리고 나타난 것은 끔찍하게 혐오스럽고 엘리자베스와 수의 몸과 온갖 살덩이가 뒤섞인 몬스트로 엘리자 수였습니다. 엘리자 수는 괴물의 모습으로 공연장으로 향했고, 스태프가 휘두른 마이크 스탠드에 머리가 박살 나게 되지만, 계속되는 세포 분열로 죽지 않았고 오히려, 공연장의 모두에게 홍수 같은 피를 뿌립니다. 그리고 도망친 엘리자수는 힙겹게 걸어가던 중 다리가 무너져 바닥에 바스러지게 되고, 몸 어딘가에 튀어나와 있던 엘리자베스의 얼굴만 힘겹게 기어가 예전 자신의 이름이 새겨진 보도블에 안착하게 됩니다. 그리고 사람들에게 환호 받는 망상에 젖으며, 녹아내리게 되고 영화는 끝이 납니다
기억하라, 당신은 하나다
서브스턴스 약물의 마지막 멘트인 기억하라, 당신은 하나다야말로 이 영화를 관통하는 하나의 주제 의식으로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엘리자베스와 수는 하나의 몸속에 가진, 젊음과 노년 혹은 현재와 과거를 의미한다고 생각 드는데, 이는 결코 분리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그럼에도 엘리자베스는 약물을 통해 이것을 분리해냈습니다. 나이에 비해 충분히 아름답고, 자신을 아직도 아름답게 봐주는 사람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외모 지상주의가 만연한 세계에서 끊임없이 과거의 자신과 현재의 늙은 자신을 비교하면서 말입니다. 하나의 몸을 공유하고 있다고 해도, 분리된 둘은 결코 공존할 수 없었고 결국 몬스트로 엘리자 수라는 끔찍한 모습으로 다시 하나가 됩니다. 몬스트로 엘리자 수는 외모 지상주의에 휘둘리게 되면 자기 파괴를 겪을 수밖에 없고, 그럼에도 끝끝내 젊음과 노년은 불리될 수 없기에 이루지 못할 꿈을 꾸지 말고 받아들여야 한다는 메시지를 주는 것은 아닌가 생각합니다. 이 메시지를 좀 더 강하게 보여주기 위해 수를 통해 집요할 정도로 선정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엘리자 수를 통해 끔찍한 자기 파괴의 결과물을 보여주면서 말입니다. 감독은 마지막 장면에 피 뿌리기를 통해 이런 외모 지상주의의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하고 끝없이 소비하는 제작자 혹은 대중들에게 단죄 역시 잊지 않았습니다. 끔찍하고 충격적인 방법으로 명확하게 본인이 주고자 하는 메시지를 보여준 서브스턴스는 보디 호러물에서 최고의 걸작이 아닌가 싶습니다. 고어물에 큰 거부감이 없는 분이라면, 꼭 추천합니다. 그야말로 미친 영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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