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 (New World) 결말 포함

출연진 및 영화 소개

박훈정 감독의 2013년 작인 영화 신세계는 한국 누아르 역사상 가장 호평을 받고 있는 작품 중에 하나입니다. 거대 범죄 조직과 경찰의 이중 스파이에 대한 얘기를 다룸으로써, 그 안의 긴장감과 심리를 너무나 밀도 있게 다룬 작품입니다. 이정재가 연기한 이중 스파이 이자성은 범죄조직 수장의 자리를 두고 경쟁하고 있는 자청의 오른팔이자, 이중 스파이를 관리하고 있는 경찰 쪽 강 과장의 부하로서, 살얼음판을 걷게 됩니다. 개인적으로 영화 내내 감정 자체를 절제하는 연기를 보여야 했던, 이정재 배우가 연기하기 힘들었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박성웅이 연기한 이중구와 조직 내 이권 다툼을 하며, 카리스마 대결을 선보였던 황정민의 연기 또한 일품이었습니다. 유쾌와 잔혹의 사이를 넘나들며 너무나 매력 있게 캐릭터를 살려냈습니다. 또한 조직에 스파이를 심은 경찰 세력의 핵. 강 과장을 연기한 최민식 역시 빼놓을 수 없는데, 누가 악역인가 싶을 정도로, 이자성을 몰아붙이는 점과 또 그런 자신에 대한 환멸감과 자조 섞인 연기는 그가 왜 한국 영화에서 최고의 배우로 손꼽히는지를 보여줍니다.

이외에도, 이중구 역의 박성웅, 이사진 역할의 장광, 최일화, 권태원, 김홍파, 고 국장 역의 주진모 등 현재까지도 최고의 조연진으로 이름을 올릴 만한 황금 조연진들의 명품 연기 차력쇼를 볼 수 있습니다. 경찰이 조폭에 잠입한다는 설정은 무간도와 굉장히 비슷하며, 이 때문에 영화 자체에 불호를 표시하는 사람들도 있긴 하나, 전체적으로 출연진들의 연기력 자체에는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 작품입니다. 

 

영화 줄거리

골드 문의 회장 석동출의 의문사 이후, 골드문은 조직 수장 자리를 놓고, 정청과 이중구가 경쟁하게 됩니다. 골드문에 잠입한 경찰인 이자성을 통해 경찰 역시, 골드문 수장에 관여를 하려고 들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이자성은 신분 노출 위기가 닥치게 되는데, 그만두고 싶은 이자성의 마음과 달리 강 과장은 가족까지 위협하며 작전을 강행합니다. 이 과정에서 정청은 형제 같던 부하 이자성의 비밀을 알게 됩니다. 강 과장은 이자성이 붙은 세력인 정청을 도와주는 것처럼 보이게, 이중구를 혐의를 씌워 구속하게 되고, 이것이 독인 줄 알면서도, 자신이 없는 사이에 회장 자리를 뺏기게 생긴 이중구는 정청과 전쟁을 일으키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정청은 칼에 맞아 죽게 됩니다. 이자성은 정청이 죽고 나서 정청 세력의 일인자로 발돋움하고, 정청이 자신의 비밀을 지켜준 것을 알게 됩니다. 그리고 장 이사를 바지로 세우고, 자신에게 골드문 관리를 시키려는 강 과장에게 크게 실망하게 됩니다. 더 이상 경찰로 살아갈 수 없게 된 이자성, 그리고 호시탐탐 자리를 노리는 장 이사와 이중구의 잔여세력 등, 이자성은 결국 골드문 회장으로 살아갈 결단을 내리게 됩니다. 장 이사와 이중구, 그리고 강 과장과 고 국장까지 자신의 정체를 알고, 골드문에서 자신에게 위협이 되는 모든 존재를 처리한 이자성은 씁쓸하게 담배와 본인의 신원증명 서류를 태우며 영화는 막을 내리게 됩니다.

 

영화 평가

무간도와 비교되면서 평이 엇갈리는데도, 한국 누아르의 정점으로서 신세계가 자주 언급되는 이유는 빠른 속도감 그리고 몰입할 수밖에 없는 전개와 스토리 인 것 같습니다. 이중 스파이라는 소재 자체가 무간도뿐만 아니라 여타 다른 영화들에서 자주 다뤄지는 소재임에도,  신세계가 항상 명작 소리를 듣는 것은, 등장인물을 정말 실제 인물들처럼 연기한 배우들의 소름 끼치는 연기와 그들이 표현해낸 감정선 때문인 것 같습니다. 뿐만 아니라, 엘리베이터 신을 비롯한 아직까지도 누아르 최고의 액션신으로 회자되는 리얼한 액션신들과 긴장감을 고조시키는 섬세한 영화 음악까지 흠잡을 곳이 없는 영화라 할 수 있겠습니다. 또한 이중 스파이라는 설정 자체에서 오는 긴장감과 압박감을 다 죽이고 조직의 회장 자리를 거머쥐는 결말로 해소하면서 관객에게 카타르시스를 선물한 것 역시 크다고 생각이 됩니다. 더불어 그 과정에서 자신의 정체를 알면서도 감싸주고 죽음을 맞이한 정청과 이자성의 우정, 의리 역시 누아르 팬들에게는 큰 만족감을 줬던 것 같습니다. 이외에도 신세계가 큰 인기를 얻은 데에는, 누아르의 정석처럼 여겨지는 주옥같은 명대사들도 있습니다. 거 죽기 딱 좋은 날씨네 등으로 대변되는 누아르의 향기가 물씬 나는 낭만 있는 대사들은 정말이지 절로 감탄이 듭니다. 이렇게 한국식 누아르의 정수를 느낄 수 있는 신세계, 정말 강력 추천하는 영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