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 세계
설국 열차는 봉준호 감독의 5번째 장편 영화입니다. 실제로 평론가들을 제외하고는, 미국 시장에서 제대로 인지도를 알렸던 영화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영화는 지구 온난화를 제어하기 위해, 발포한 냉각제 cw의 부작용으로 전 세계에 빙하기가 도래해 버리고, 윌포드라는 인물이 만든 자급자족이 가능한 초대형 열차만이 움직이며 그 안의 인구만이 유일하게 생존을 했다는 가상 세계를 설정합니다. 사실 처음 들었을 때, 소재부터가 재미가 없을 수 없는 소재라고 생각했습니다. 재난과 그에 따른 고립된 세계 그리고 그 안에서 벌어지는 상황들에 대한 기대가 컸고, 재난 자체도 아예 터무니없는 재난이 아닌, 현실의 상황과 어느 정도 맞닿아있는 재난으로 인한 가상 세계라는 것이 더욱 맘에 들었습니다. 봉준호 감독의 한국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크리스 에반스나 틸다 스윈튼 같은 할리우드 거물들이 참여한 것 역시나 큰 화제가 되었었는데, 명성에 걸맞은 뛰어난 연기력을 선보여 보는 내내 눈이 즐거웠습니다. 영화는 재난적 설정을 가지고 있을 뿐, 계급 갈등에 대한 이야기를 주로 다루는데, 여기서 발생하는 긴장감이 영화 내내 몰입할 수밖에 없게 만듭니다. 지구온난화에 따른 재난적 상황과 그 안에서 벌어지는 계급 갈등의 얘기가 영화가 아니라 가까운 미래에 올 수도 있다는 생각을 들게 할 정도로 너무나 현실감 있게 묘사를 했기 때문에 안 보셨거나, 기생충을 보고 재밌다고 느끼셨던 분들은 뒤늦게라도 꼭 보기를 추천드립니다.
꼬리 칸
자급자족이 가능한 초호화 관광열차. CW의 부작용으로 빙하기가 도래하자, 생존자들은 열차에 무임승차했고 이들은 꼬리 칸에 몰아 넣어집니다. 꼬리 칸의 주민들은 단백질 블록이라는 식량을 군인들에게 배급받으며, 근근 살아가는데 앞 칸에서 인적 자원이 필요할 때마다 차출당하는 역할을 하게 됩니다. 그리고 어느 날엔 꼬리 칸 아이 둘을 강제로 데려가게 되는데, 아이들의 엄마인 타냐와 앤드류가 저항하자, 타냐를 두들겨 패고, 앤드류의 팔을 얼려 부수어 버리게 됩니다. 주인공 커티스는 반란을 준비하고 있었는데 이 일이 반란 시작의 결정적인 계기가 됩니다. 미지의 정보원이 단백질 블록에 숨겨서 보내주는 정보를 수집하고 있던 커티스는, 군인들 탄창이 비어있다고 확신하고 꼬리 칸의 분노가 극에 달한 지금 반란을 시행시키게 되고, 그의 생각처럼 총알이 없던 군인들은 무기력하게 제압당하게 됩니다. 꼬리 칸의 사람들은 감옥 칸까지 도달했고, 정보원이 알려준 대로 커티스는 그곳에서 기차의 보안 설계자인 남궁민수를 구출하게 됩니다. 비협조적으로 나오는 남궁 민수를 크로놀로 꼬신 뒤, 그들은 단백질 블록 생산 칸까지 도달하게 됩니다. 여기서 자신들이 먹던 게 바퀴벌레를 갈아서 만든 것이라는 걸 알게 된 커티스는 크게 충격을 받게 됩니다. 하지만 꼬리 칸 사람들이 신나서 챙기는 것을 보며 아연실색합니다.
중간 칸
남궁민수의 딸인 요나는 뛰어난 청각으로 문 앞의 상황을 알아챌 수 있었는데, 열지 말라고 외쳤지만 문이 열리고 맙니다. 그곳에는 반란군을 진압하기 위해 간부 메이슨과 무장한 세력이 있었고 바로 전쟁이 벌어집니다. 치열한 전투 중 열차는 터널을 지나가게 되고 완전한 암흑 속에서 야간 투시경을 장착한 군인들에게 반란군은 학살 당하게 되나, 꼬리 칸에서 횃불이 도착하며 상황은 반전되고 승리하게 됩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커티스는 간부 메이슨을 잡기 위해 함께 싸워 온 에드가의 목숨을 포기하게 됩니다. 반란군 수장 길리엄은 커티스를 만류했으나 커티스는 메이슨을 인질로 삼아 열차 맨 앞의 엔진을 향해 갑니다. 앞으로 전진하며, 꼬리 칸과는 다른 호화시설을 보게 되던 일행은 아이들을 가르치는 칸에 도달합니다. 새해 선물로 계란을 받게 되는데, 아이들을 가르치던 선생은 계란 바구니에서 권총을 꺼내 난사하게 됩니다. 커티스 일행은 선생을 제압하고 앞으로 나아가게 되나, 계란을 전달하던 직원은 커티스 일행의 뒤로 가서 총을 사용해 중간 칸에 남은 반란군과 길리엄을 학살하고 포박되어 있던 진압군들과 함께 커티스 일행을 뒤쫓게 됩니다. 수영장 칸과 사우나 칸을 거치며, 커티스 일행과 진압군을 전투를 벌였고 그 과정에서 커티스와 남궁민수 그리고 요나를 제외하고 전부 죽게 됩니다.
앞 칸
같은 고생을 하여, 엔진실에 도착한 커티스는 월포드를 만나게 되고, 사실 반란은 길리엄과 본인이 연락을 주고받으며 이뤄낸 자작극이라고 설명을 합니다. 일정 주기로 인구를 줄여야 자급자족이 이어지는 시스템을 설명하며, 이제 열차의 구조를 다 파악하고 늙은 본인의 자리를 이어달라고 회유를 합니다. 혼란스러운 커티스에게 정보를 보내주고 있던 것이 본인이라며, 쪽지를 보여주게 되고 커티스는 거의 넘어갈 뻔하나, 앞서 납치되었던 아이들이 엔진의 부품이 되어 이용당하는 것을 보고 정신 차리게 됩니다. 영원히 자력으로 움직이는 신성한 엔진이 사실은 인간 부품을 이용하던 것이라는 추악한 면모를 알게 됩니다. 도저히 구할 수가 없는 부품이 고장 나, 어쩔 수 없이 일정 나이의 조그만 아이를 이용해 엔진을 움직여야 한다는 월포드를 때려눕히고 아이를 구하게 됩니다. 한편 남궁 민수는, 지겹게 죽지도 않고 쫓아 오는 진압군 대장 프랑코를 제압한 후 모아 놓은 크로놀을 이용해 열차를 폭파 시키고 열차는 아비규환이 됩니다. 열차 속에서 본인들을 감싼 커티스와 남궁민수의 희생으로 무너진 열차에서 빠져 나온 요나와 티미는 생존 가능한 바깥 상황을 마주하게 되고, 영화는 북극곰을 비추며 지구 생태계가 인간의 실수에도 불구하고 다시금 회복한 것을 보여주며 영화는 끝이 납니다.
계급 투쟁
봉준호 감독은 항상 영화에서 어떤 식으로든, 계급 구조를 바탕으로 이야기를 풀어 나가는 면이 있는데, 이에 대한 풍자나 묘사가 항상 분명하면서도 새로워 재밌게 느껴지는 점이 많습니다. 특히 설국열차처럼, 현실보다 더 제한된 상황에서의 뒤틀린 계급 갈등은 더 많은 메시지를 전달해 주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하위계층의 사람이 상위 계층의 소모품으로 이용되는 것은 최근 개봉작인 미키 17에서도 보이는데, 이는 사실 인류사 전반에 걸쳐 보인 인간의 추악함을 센스 있게 보여준 것 같습니다. 커티스가 엔진에 도달해서 윌포드에게 만약 넘어갔다면, 계급 구조를 이겨내는 이데올로기적 반란 스토리가 아니라, 단순하게 권력자만 교체되는 허무함을 느낄 뻔했는데, 아예 크로놀로 열차를 날려버리면서 시스템 자체를 파괴해버리는 진정한 혁명을 보여줌으로써, 마지막 장면에 크게 시원함을 느꼈던 것 같습니다. 이런 이야기 설정 하나하나가 봉준호 감독이 계급에 대한 얘기를 다룰 때 관객이 재미를 느낄 수밖에 없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다만 영화의 전제가 되는 재난 상황 속 영구히 지속되는 엔진을 가지고 달리는 열차에 대한 논리와 설명은 살짝 빈약했다고도 느껴집니다. 충분히 재미있는 소재이기에, 단순한 상황 설정쯤으로 유야무야 넘어가는 것보다는 좀 더 디테일하게 짚고 넘어갔다면 영화를 더욱 재미있게 느끼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도 있습니다. 그렇다 하더라도, 충분히 재미있고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영화입니다. 꼭 보시길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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