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 현혹되지 마라
곡성은 나홍진 감독의 3번째 장편 영화입니다. 추격자, 황해와 같은 전작들과는 다른 느낌으로 감독이 오컬트 영화를 처음 만들어보는 것이 맞나 싶을 정도로 굉장한 연출력과 몰입감을 선사합니다. 영화 전반을 관통하는 메시지는 현혹되지 말라는 것인데, 계속되는 이상 현상에 시달리는 주인공도, 한걸음 물러서서 보는 관객도 어떤 것이 진실인지 끊임없는 혼란을 줘 상당한 집중력을 요합니다. 출연진 또한 상당히 화려한데, 곽도원 배우와 황정민 배우, 그리고 천우희 배우로 이어지는 주연 라인업은 연기 구멍이라고는 찾아볼 수가 없습니다. 연기 차력쇼라고 해도 될 만큼 각자의 역할 안에서 정말 미친 연기를 선보이는데, 이 역시 영화에 한층 더 몰입하게 해줍니다. 일본 배우 쿠니무라 준의 카리스마 있는 연기 역시 뛰어났는데, 굉장히 인상적인 마스크와 목소리를 가진 배우인 것 같습니다. 가장 놀라웠던 것은 아역배우인 김환희 배우의 연기였는데, 웬만한 베테랑 배우 뺨칠 정도로 굉장한 연기력을 보여줬습니다. 어린 나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연기를 잘해서 본인 역할을 잘 소화해냈습니다. 오컬트 영화답게 영화가 끝나고도 해석과 탐구가 좀 많이 필요한 영화인데, 이런 것을 찾아보는 것에 있어서 피로감을 느끼는 분들이라면 추천하지 않습니다. 다만 숨겨진 의미를 찾는 것에 재미를 느끼는 저 같은 분들이라면 꼭 보시길 바랍니다.
살인 사건
새벽, 경찰인 종구는 동네 주민의 사망으로 인한 출동 전화를 받게 됩니다. 당장 출동하려 하지만, 아침 먹고 가라는 장모의 성화에 아침을 먹고 현장에 늦게 도착하게 됩니다. 현장에는 온몸에 이상한 발진이 있는 박흥국이라는 사내가 수갑을 차고 있고, 칼에 찔려 죽은 조 씨와 조 씨의 아내의 사체가 있었습니다. 이어 박흥국의 집으로 간 종구는 창고에서 수상한 제단을 발견합니다. 지구대에서 종구는 동료 성복과 함께 살인사건이 미친 버섯 때문이라는 둥, 마을에 일본인이 와서라는 둥 수다를 떱니다. 그러다 정전이 되고, 웬 나체의 여자가 지구대 앞에 서 있어 겁 많은 종구와 성복은 소스라치게 놀랍니다. 다음 날 화재로 아내를 제외한 일가족이 죽는 사건이 생기고, 종구는 현장에 나갔다가 실성한 안주인에게 공격을 당합니다. 제지하던 종구는 웬 일본인과 눈이 마주치게 됩니다. 그리고 종구는 안주인이 전날 나체로 서 있던 여자라는 것을 알게 되지만, 안주인은 목을 매달고 죽었고 식구들도 화재가 아니라 자상으로 죽게 된 것을 알게 됩니다. 연달은 살인 사건의 피해자의 몸에 수상한 것이 난 것을 알게 된 종구는 피부과에 성복을 보냅니다.
그리고 화재 현장에서 무명을 만나 일본인을 조심해야 한다는 얘기를 듣고 나서 종구는 고라니를 뜯어 먹는 일본 노인의 환각을 보게 되고 같은 것을 봤다는 건강원 남자의 얘기를 듣고 그 일본 외지인의 집에 찾아가게 됩니다. 하지만 가던 도중 건강원 남자는 벼락을 맞게 되고 급하게 병원으로 간 종구는 박흥국이 발작을 하다가 뼈가 부러지며 죽는 것을 목격합니다.
외지인
그날 밤, 종구의 딸 효진은 발작을 일으킵니다. 그리고 누군가 자꾸 문으로 들어오려고 한다는 이상한 소리를 합니다. 그리고 다음 날은 평소 먹지도 않는 생선을 몇 마리나 먹어치우는데, 이를 수상히 여긴 장모는 무당을 부르기로 합니다. 종구는 성복과 성복의 조카 이삼을 데리고 외지인의 집으로 가는데, 벽장 속 숨겨진 제단에서 그동안 죽은 사람들의 사진과 효진의 실내화를 발견합니다. 집에 돌아온 종구는 효진에게 일본인 관련해서 캐묻지만, 효진은 소리를 지르고 욕을 하는 등 거센 반응을 보입니다. 그 와중에 효진의 몸에서는 그동안 가해자들의 몸에 나타났던 두드러기가 발견됐고 종구는 이삼을 데리고, 다시 일본인의 집으로 갑니다. 하지만 제단은 이미 치워진 상태였고, 분노한 종구는 집을 부수고 개까지 죽이면서 당장 떠나라는 위협을 하게 됩니다. 하지만 다음 날 종구의 집 문에는 죽는 염소가 매달려 있었고, 종구는 몸을 움직이지 못합니다. 한의원에서 침을 맞은 종구는 효진을 옆집 할머니와 단둘이 뒀다는 것을 듣고 집으로 달려갔고, 효진은 옆집 할머니를 가위로 찌른 상태였습니다. 이에 아연실색한 가족은 결국 일광이라는 무당을 부르게 됩니다. 무당은 일본인에게 살을 날려야 한다며 굿을 시작합니다. 한편 일본인은 트럭에 죽어 있는 박춘배를 발견하고, 그 주변에 촛불을 잔뜩 켜놓고서 알 수 없는 굿을 합니다. 일광의 굿과 일본인의 굿을 교차적으로 보여주며, 동시에 발작을 일으키며 괴로워하는 효진의 모습을 비추는데, 딸의 고통을 참지 못한 종구가 굿판을 엎으며 종료됩니다.
무명
분노한 종구는 친구들을 모아, 외지인의 집으로 쳐들어가는데 좀비가 된 춘배와 마주칩니다. 춘배와 싸우는 동안 숨어서 지켜보던 일본인을 본 종구는 바로 쫓아가지만, 종구를 피해 도망치다가 절벽에 매달리게 되고, 종구는 이를 눈치채지 못합니다. 일본인은 떨어지고 살아남지만, 이를 지켜보던 무명과 추격전을 벌이게 되고, 도망치다가 돌아가던 종구의 트럭 위에 떨어지게 됩니다. 종구는 일본인의 시체를 절벽 밑으로 던져버립니다. 효진은 이후 완치된 것 같은 모습을 보여주는데, 반대로 동료 성복은 집주인 할머니를 죽이게 됩니다. 일광은 종구의 집에 와서 무명을 만나게 되고 피를 쏟아내며 도망칩니다. 그리고 종구에게 당장 집으로 가라는 전화를 합니다. 집에 도착한 종구를 무명이 막아서게 되고, 현혹되지 말라며 설득하지만 종구는 이를 무시하고 일광의 말대로 집으로 들어갑니다. 그러자 문 앞의 금어초는 생기를 잃고 효진이 아내와 장모를 살해한 것을 마주하게 됩니다. 일광은 결계가 해제된 집에 들어와 효진과 가족들의 사진을 찍어갑니다. 그 사이 종구와 일본인을 찾아가던 이삼은 작은 동굴 안에 있는 일본인을 발견하게 되는데, 일본인은 공포에 질린 이삼의 사진을 찍고, 악마의 모습을 드러내며 영화는 끝이 납니다.
미끼를 물었다
선과 악은 분명 구별하기 쉬울 것이라는 생각이 들겠지만, 이 영화를 통해서 우리는 선과 악에 대한 구분을 짓는 문제가 얼마나 어려워질 수 있는지를 알게 될 것 같습니다. 끊임없이 우리를 현혹하려 드는 수많은 것들에서 정신 바짝 차리고 자신만의 올곧은 기준을 갖지 않으면 우리는 선한 판단만을 내리고 살 수가 없을 것입니다. 영화를 보는 내내 일본인과 무명 사이에서 누가 선한 존재인지를 끊임없이 의심했던 것 같습니다. 특히 일본인과 일광의 굿 장면에서 감독의 의도된 교차 편집으로 인해서 그 의심은 더욱 증폭되었는데, 마지막에 악마로서의 정체를 드러낸 장면에서는 장르적인 카타르시스를 느꼈던 것 같습니다. 영화는 사실, 살인사건도 버섯도, 피부병과, 좀비, 그리고 무명의 정체와 일광과 외지인의 관계 등 어떤 것 하나도 속 시원하게 설명해 주는 것이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보는 관객은 더욱 혼란스럽고 어떤 것을 중점에 두고 판단을 해야 할지를 알 수 없게 되는데 이런 연출 자체가 곡성에 대한 수많은 해석과 2차 콘텐츠를 만들게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몰입도를 극한으로 끌어올린다는 점에 있어서는 굉장히 똑똑한 연출이었다고 생각하며, 오히려 이런 점이 영화를 더 있어 보이게 만들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재미있는 영화입니다. 꼭 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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