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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불한당 (The Merciless) 결말 포함

by 재테크 도감 2025. 3. 18.

 

믿는 놈을 조심하라

불한당은 17년도에 개봉한 변성현 감독의 작품입니다. 영화 전체적인 분위기는 진득한 누아르를 살리면서, 언더커버물을 첨가한 작품으로 예측 가능한 클리셰도 꽤 보이지만, 빠르고 수준 높은 전개와 감각적인 연출로 흥미를 돋우는 작품입니다. 찰진 대사들과 재미있는 각본, 그리고 그것을 제대로 살려내는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력이 크게 호평을 받을만합니다. 설경구 배우는 실실거리는 모습 속에서도 번뜩이고 잔인한 카리스마를 내뿜는 한재호 역할을 잘 소화했고, 언더커버 조현수 역할을 맡은 임시완 배우는 그동안의 커리어에서 보여준 뛰어난 연기력이 또 한 번 꽃을 피웠다는 느낌을 받을 정도로 굉장한 연기력을 선보였습니다. 이 외에도, 명품 조연에서 항상 거론되는 이경영 배우와 김희원 배우, 그리고 전혜진 배우까지 연기 차력쇼라고 느껴질 정도로 훌륭한 라인업을 보여줍니다. 영화 개봉 때는, 감독의 발언 등이 문제가 되어, 흥행에는 실패했지만 작품성이 워낙 좋았기에, 뒤늦게 재평가를 받게 된 작품입니다. 영화는 누아르인것 같다가도, 언더커버 물인 것 같다가도 멜로적인 요소 역시 볼 수 있는다. 그것이 한재호와 조현수의 브로맨스라는 점이 굉장히 특이합니다. 우리에게 익숙한 여러 성격을 잘 혼합해놓은 영화라고 볼 수 있는데, 이 점이 특이하고 신선하게 다가옵니다.  추천할 만한 작품입니다.

 

나쁜 놈들의 세상

경찰관 조현수는, 어머니의 심장 이식을 책임지겠다는 천인숙 팀장의 제안을 받아들여, 고병철의 마약 조직에 잠입하게 됩니다. 잠입 타깃을 한재호로 설정한 현수는, 그가 수감되어 있는 교도소에 들어갑니다. 한편 교도소 내의 담배 유통권을 가지고 우두머리 노릇을 하던 재호는 고병철의 지시를 받고 감옥에 들어온 전국구 조폭 성한에게 권력을 뺏기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현수는 재호의 목숨을 구해주고 눈에 띄게 됩니다. 그리고 성한은 재호의 손에 죽게 됩니다. 현수는 재호가 권력을 되찾는데 결정적인 도움을 주며 재호의 마음에 들게 되지만, 사람을 병적으로 믿지 않는 재호는 뒷조사를 하여 현수가 경찰인 것을 알아채게 됩니다. 하지만 재호는 되려 현수를 자신의 편으로 만들고 싶어 했고, 이를 위해 현수의 어머니를 교통사고로 위장하여 죽이게 됩니다. 현수는 장례식만이라도 가게 해달라며, 인숙에게 애원하지만 인숙은 작전을 위해 허락하지 않습니다. 이를 기회로 재호는 현수가 장례식을 갈 수 있게 돕게 되고 현수는 이 일로 완전히 돌아서서 재호의 편이 됩니다. 현수는 재호에게 경찰인 것을 고백하고 출소 후에는 재호의 조직에 들어가게 됩니다. 이때 천 팀장은 고병철의 조직을 불시에 쳐들어가게 되는데, 현수를 보고도 모른 척 연기를 하게 됩니다. 그리고 들어가자마자, 조직의 세관 도장을 빼돌린 최 선장의 조직을 박살 내며 공을 세웁니다. 이 과정에서 현수는 도청이 되는 시계를 일부러 부숴버립니다.

 

이중 스파이

재호와 함께 마약 밀수를 위해 러시아 조직을 다녀오는 길에, 현수는 시계를 교체해 주러 온 동료 경찰 민철을 만나 시계를 건네받게 되고, 이 광경을 재호에게 들킵니다. 현수는 또다시 재호의 의심을 받게 되고, 몸수색까지 받게 되며 큰 서운함을 느낍니다. 미안해진 재호는 그가 사람을 믿을 수 없는 이유를 말해주게 됩니다. 한편 천 팀장은 현수가 이중 스파이는 아닌지 테스트를 하기 위해 납치하게 되고, 현수는 재호가 본인의 정체를 모르는 듯 연기하여 위기를 넘깁니다. 현수는 천 팀장에게 러시아 마약 밀수 정보를 흘려주게 되고, 흥분한 천 팀장은 현장을 호기롭게 덮칩니다. 하지만 현수의 지시대로 현장은 마약 없이 조작이 되었고, 천 팀장은 허탕을 치게 됩니다. 그리고 마약은 안전한 곳에서 거래가 됩니다. 물건을 넘겨받은 재호는 자신을 끊임없이 제거하려 드는 병철을 친구 병갑과 함께 제거하고 조직을 먹게 됩니다. 현수에게 배신당한 천 팀장은 분노하여, 현수의 어머니가 죽는 교통사고 블랙박스 영상을 현수에게 보내주게 되고, 현수는 이를 통해 어머니가 죽은 것이 재호의 소행임을 알게 됩니다. 경찰과 재호에 대한 분노가 극에 달한 현수는 재호에게 거짓 정보를 흘려 재호가 조직을 먹게 하기 위해 도움을 준 친구 병갑을 죽이게 만듭니다. 재호는 현수가 의심 가지만, 애원하는 병갑을 때려죽이고 현수가 있는 장소로 향합니다.

 

파국

재호는 현수를 만나서, 본인이 속아서 병갑을 죽였단 사실을 알게 됩니다. 재호는 권총을 가지고 있었고, 현수는 자신을 쏘라며 재호를 도발하지만, 재호는 차라리 끝까지 모르지 그랬냐며 방아쇠를 당기지 못합니다. 현수는 곧 경찰이 들이닥칠 것을 알려주었고, 재호는 숨어있다가 들이닥친 경찰들을 차례로 죽입니다. 당황한 현수의 동료 경찰 민철은 현수를 인질로 잡아 상황을 모면하려 하지만, 현수의 저항에 싸움이 벌어지고, 이내 현수를 제압하여 배신한 현수를 처단하기 위해 총으로 겨누게 되지만, 재호가 총으로 민철을 쏴 죽이면서 현수를 구해줍니다. 그리고 무방비한 현수를 재호는 끝끝내 죽이지 못하고, 현장을 떠나지만 잠복해 있던 천 팀장의 차에 치이게 됩니다. 숨겨진 마약을 찾기 위해 천 팀장은 쓰러진 재호에게서 차 키를 꺼내 차를 뒤지게 되는데, 뒤따라나온 현수의 총에 죽고 맙니다. 재호는 현수가 살려주지 않을 것이라는것을 알아채고 현수를 바라보며, 나와 같은 실수를 하지마라는 말을 남기고 현수의 손에 죽고 맙니다. 

 

퀴어

영화는 홍보 당시, 누아르임을 강조했으나, 브로맨스적인 성향이 너무 짙어 필자는 퀴어물이라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성소수자들이 활동하는 커뮤니티에서도 이 작품은 퀴어물로 분류되기도 합니다. 감독의 이에 대한 언급은 브로맨스가 아닌 로맨스라고 정정했습니다. 브로맨스가 의미하는 남자들끼리의 사랑이 아닌, 성애적인 느낌이라고 말입니다. 노골적인 묘사는 없었기에 크게 거부감이 들진 않았지만, 은근한 관계성을 잘 표현한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누아르에서 흔히 보여주는 형님과 아우의 의리와 우정의 수준에서는 크게 벗어난 것이 확실합니다. 그런 의리와 우정의 정석적인 묘사는 신세계의 정청과 이자성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렇게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여러 장르적 요소를 잘 섞어내서 신선한 느낌을 낸 것과, 감독 특유의 섬세하고 뛰어난 연출력이 영화를 크게 돋보이게 만드는데, 후반부는 살짝 아쉬운 점들이 있긴 합니다. 작전 성공을 위해서 부하들의 희생도 감내하고 시종일관 냉철한 모습을 보여주던 천 팀장이 현수의 배신에 열받아 블랙박스를 공개하며, 폭주하게 만들고 마지막은 작전이고 뭐고 없이 재호를 차로 받는 모습을 보여주는데, 이 부분이 조금 아쉬웠습니다. 어찌 보면, 경찰 쪽의 최종 보스였기에 조금 더 냉철한 모습을 살려주었으면 어땠을까 싶습니다. 그리고 아무리 재호가 현수를 맘에 들어 하고, 병갑에 대한 의심이 든다고 했어도 자신을 위해 삼촌인 병철을 배신하면서까지 충성과 우정을 바친 병갑을 너무 쉽게 죽여버린 게 아닌가 하는 아쉬움 역시 남습니다. 평소에 병적으로 의심이 많은 재호였기에 이 역시도 캐릭터성에 조금 벗어나지 않나 하는 아쉬움이 듭니다. 그럼에도 영화 외적인 부분으로 묻히기엔 아쉬운 웰메이드 영화입니다. 꼭 한번 보시길 추천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