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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검은 사제들 (The Priests) 결말 포함

by 재테크 도감 2025. 1. 26.

 

한국식 구마 영화

검은 사제들은 2015년 11월에 개봉한 장재현 감독의 작품입니다. 장재현 감독은 사바하, 파묘로도 유명한 감독인데 종교와 신화적인 작품에서 뛰어난 실력을 보이는 감독입니다. 특히 가톨릭과 엑소시즘을 더한 영화는 해외에서는 자주 선보였던 장르이지만, 한국에서는 굉장히 생소한 소재입니다. 그럼에도 한국 사제들과 한국적인 배경에도 위화감 없이 가톨릭의 구마를 잘 녹여냈다고 생각이 듭니다. 사제 연기를 맡은 김윤석 배우와 강동원 배우 역시 너무나 훌륭했지만, 마자 여고생 역할을 한 박소담 배우의 연기가 특히 인상적이었습니다. 마귀에 홀려 고통받아 하는 여고생 연기 정도야 당연히 소화할 수 있지만, 악귀에 빙의되어 여고생의 모습으로 악마를 표현해 내기란 여간 어려운 연기가 아닐 것이라고 예상됩니다. 하지만 누구보다 훌륭하게 소화해냈고, 후에 파묘에서 비슷한 연기를 하게 되는 이도현 배우가, 검은 사제들의 박소담 배우의 연기를 참고했다고 했을 정도로 뛰어난 연기력을 보여줍니다. 박소담 배우는 이 연기로, 청룡영화상에서 여우 조연상을 수상하게 됩니다. 장재현 감독은 나름의 세계관을 가지고, 이렇게 종교적이고 신화적인 색채가 강한 작품 속에서 수준 높은 완성도를 보여주는 게 특징이라고 생각됩니다. 영화를 혹평하는 이들은, 강동원이 곧 장르라는 말로 혹평을 하는 경우도 있지만, 상당히 섬세한 연출을 보여줬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에 나타난 12형상

영화는 한국에 나타난 12형상을 퇴치하러 파견 온 이탈리아인 사제들로부터 시작됩니다. 돼지 속에 악령을 가두고 차를 타고 이동하던 사제들은 여고생을 치게 되지만, 한시가 바쁜 이들은 그대로 직진하다가 차 사고로 목숨을 잃게 됩니다. 그리고 풀려난 악령은 여고생 영신의 몸으로 부마 됩니다. 그 이후 김범신 베드로 신부는 영신을 구하기 위해 6개월간 구마를 시도했으나, 성공하지 못하였고 그 사이 영신은 창문에서 뛰어내리는 등 갖은 사건이 일어납니다. 범신을 돕던 보조 사제도 결국 등을 돌리고 말았고, 범신은 새로운 보조 사제를 신학교에서 찾게 됩니다. 그가 말한 조건에 모두 들어맞는 인물은 사고뭉치인 최준호 아가토였습니다. 그리고 학장 신부는 준호를 불러 여름 합창 연습에서 빼주는 조건으로 범신을 찾아가게 하나, 몰래 범신의 구마 장면을 녹화해 올 것을 지시합니다. 한편 범신은 스승인 정기범 신부가 혼수상태에서 깨어났다는 소식을 듣게 됩니다. 기범의 몸에선 악취가 났고, 혼수상태에서 깨어난 기범이 게걸스럽게 치킨을 먹는 것을 보고 악령에 씌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기범은 계속해서 가지 말고 같이 있자며 범신을 붙잡았고, 범신은 그런 기범에게 호통치며 구마를 행하고 병실 문을 걷어차고 나옵니다. 한편 준호는 범신의 심부름을 받아 프란치스코의 종과 돼지 한 마리를 받아와, 범신의 동생이 운영하는 고깃집에서 범신과 처음 조우합니다. 

선을 넘었다

준호와 범신은 영신의 집으로 갑니다. 한창 굿판이 벌어지고 있었고, 굿을 벌이던 무당은 하혈까지 하고 철수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상대가 만만치 않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침대 주변에 성염을 뿌려 보조 사제를 보호하고, 구마 의식이 시작됩니다. 그러나 영신은 움직이지 않았고, 캠코더를 발견한 범신이 꺼버리자 반응을 하게 됩니다. 기도문을 외자 영신은 거칠게 소리쳤고, 벌레와 쥐들이 주변에 몰리는 듯 이상 현상이 발생합니다. 그리고 라틴어와 중국어, 그리고 독일어를 번갈아 사용하며 사제들에게 고함을 칩니다. 구마 의식을 통해 4마리의 사령을 모두 나오게 한 범신과 준호는 프란치스코의 종을 치면서 더욱 거세게 몰아칩니다. 성수가 뿌려지자 영신은 머리가 둘 달린 뱀을 토해냈고, 준호는 순간 안심을 하게 됩니다. 하지만 영신이 토해낸 피가 소금 선을 살짝 녹였고, 준호는 범신이 영신을 죽이려 드는 환각을 보게 됩니다. 그 순간 준호는 범신에게 달려들었고 목을 조르게 됩니다. 범신의 외침에 가까스로 정신을 차린 준호는 물러났으나, 악령은 범신을 공격하고 기절시키고 준호를 알아보게 됩니다. 그리고 준호가 과거 개에게 물려 죽은 동생을 지키지 못했던 것을 회상시키고 몸에 매독을 발현시키며 겁에 질려 도망가게 만듭니다. 도망친 준호는 어린 시절 동생의 환영을 보게 되고, 또 도망칠 수 없다는 생각에 용기를 내어 돌아오게 됩니다. 범신은 준호에게 묵주를 주며, 최후의 구마 의식을 진행합니다.

 

마르베스

이때 영신의 부모는 경찰에 신고를 합니다. 서둘러 구마 의식을 진행하게 되는데, 유향을 태운 향로를 들고 악마의 저주로 팔에 매독이 발현되고 귀에서 피까지 흘리면서도 지지 않고 의식을 진행합니다. 마침내 12형상 마르 베스의 정체를 밝혀내고 구마에 성공하게 되는데, 이 순간 영신이 신부님, 제가 꼭 붙잡을게요라며 악마를 붙잡고 있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마르 베스는 돼지에 부마 되고, 이제 강에 빠뜨리는 절차가 남게 됩니다. 여기에는 제한 시간이 있고, 시간을 넘기게 되면 사제에게 악령이 빙의하게 되며, 가는 길이 악령에 의해 위험합니다. 이탈리아인 사제들도 이 단계에서 죽었듯이 말입니다. 범신은 출동한 경찰에 붙잡히고, 준호는 경찰을 따돌리고, 각종 추돌사고들에서 빠져나와 겨우 택시에 타게 됩니다. 그리고 택시에서 내릴 때도 인도 쪽 문이 안 열려 차도 쪽 문을 열자 차가 달려드는데, 택시 기사의 도움으로 목숨을 구합니다. 그리고 한강에 도달하게 되자 얼굴과 팔이 타들어가고 눈동자가 변하는 등 마르 베스에게 빙의되기 직전까지 몰리게 됩니다. 준호는 돼지를 끌어안고 한강으로 뛰어내립니다. 경찰차의 범신의 팔의 매독은 사라지고, 영신 역시 손가락을 움직이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그리고 준호는 한강에서 나와 묵주를 다시 손에 쥐고 힘차게 걸어가며 영화는 끝이 납니다. 

 

구마 사제

개인적으로 기승전결이 완벽한 영화라고 보입니다. 특히 재앙이 되는 악마를 막기 위해 자신의 생명으로 고통을 견디면서 악마를 붙잡고 있던 영신이 구마 성공으로 소생하는 모습은 굉장히 만족스러웠습니다. 가톨릭에서 말하는 희생과 사랑의 의미를 온전하게 가져간 결말이라고 보입니다. 그리고 준호의 서사 역시 참 흥미로웠습니다. 어린 시절 동생을 구하지 못한 죄책감과, 동물에게 죽으면 평생 구천을 떠돈다는 말에 신부의 길을 걷게 되었다는 서사도 참 슬펐는데, 결말의 미소가 많은 생각을 들게 했습니다. 아마도, 여동생을 구하지 못한 것에 대한 죄책감에서 오는 마음의 빚을 갚았다는 것, 그리고 새롭게 태어나 앞으로 구마 사제로서 살아갈 본인의 인생을 받아들이는 것에 대한 웃음이 아닐까 했습니다. 특히 악마를 퇴치하고 묵주를 다시 집어 돌아가는 것이 전형적인 영웅 서사의 전개를 보여주는 것 같았습니다. 한강으로 가는 죽음이 가득한 길에서 준호를 구해준 택시 기사의 정체도 참 궁금한데, 아마 제가 생각하기에는 악마를 제거하는 사제를 도와주는 어떤 천사나 그에 준하는 존재가 아니었을까 합니다. 이탈리아인 사제들의 경우에는, 중간에 영신을 차로 치고도 구마를 위해 그래도 직진하는 선택을 하여 신의 가호를 받지 못해 사망한 것일 것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여러 가지로 영화의 숨은 의미와 재미를 찾게 되는 재밌는 영화입니다.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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