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얼 사기극
전우치와 타짜를 연출했던 최동훈 감독의 데뷔작입니다. 이미 오래된 영화이지만, 현재 한국에서 개봉한 하이스트 장르의 영화들 중에서도 자타가 공인하는 최정상의 작품입니다. 특히 이 영화는 박신양 배우의 1인 2역 연기가 돋보이는데, 그 당시 분장으로 인해, 박신양 배우가 1인 2역을 하고 있다는 사실은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지만, 연기력으로는 마치 두 사람이 연기하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습니다. 사기꾼들이 한국은행을 터는 과정이 굉장히 흥미롭고, 전개 또한 빠르고 유려하며, 시나리오 자체가 너무 좋습니다. 거기다 최동훈 감독의 가장 큰 능력이라고 할 수 있는 캐릭터들의 개성과 생동감이 특히 돋보이는 영화입니다. 박신양 배우가 연기한 배우 말고도, 백윤식 배우의 김 선생, 염정아 배우의 서인경, 이문식 배우의 얼매와 박원상 배우의 제비 그리고 김상호 배우의 휘발유 등 수준 높은 연기력을 보유한 베테랑 배우들의 열연으로 인상 깊은 캐릭터들이 많이 탄생했습니다. 특히 최동훈 감독 특유의 재치 있고 착착 감기는 대사들이 특히 많았던 영화인데, 캐릭터들에게 생명을 불어넣었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기억에 남는 대사들이 많습니다. 실제로 감독이 사기 경력이 있는 게 아닌가 의심이 들 정도입니다. 최동훈 감독은 데뷔작부터 흥행에 성공했고, 이어지는 타짜와 전우치 역시 500만 이상의 관객들을 불러들이며 큰 성공을 거뒀으며, 도둑들과 암살까지 천만 관객을 모아 연타석 홈런을 치게 됩니다.
한국은행 강도 사건
영화는 창혁이 한국은행에서 사기 인출을 하다가, 경찰의 추격을 받고 도망치던 중 차량이 전복되어 전소되는 사건으로 시작됩니다. 담당 형사인 차 반장은 죽은 범인 최창혁의 형 최창호를 경찰서로 불러 조사를 합니다. 최창혁 몫의 어머니 사망 보험금이 있다며 조사를 시작하던 차 반장은 창호가 본인이 즐겨 읽는 그녀라는 이름의 저자라는 책의 저자라는 사실을 알게 되며 반가워하고 조사를 그만둡니다. 이때 창혁과 한패였던 서인경은 경찰서에 왔다가 창혁과 쌍둥이인 창호를 보고 놀라게 됩니다. 그리고 카페에서 따로 만난 창호에게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창혁은 사건 한 달 전 출소하여 사기꾼들의 성인으로 불리는 김 선생을 찾아가 한국은행을 같이 털자고 제안합니다. 창혁의 계획을 듣고 구미가 당긴 김 선생은 곧바로 약쟁이 얼매와 제비 그리고 위조 전문 휘발유를 끌어들입니다. 먼저 얼매와 제비는 은행에서 강도 미수 사건을 벌이다가 소득 없이 달아나 버립니다. 후에 금융감독원 조사관으로 위장한 김 선생과 창혁은 금고를 확인한다는 명목으로 당좌수표의 사진을 찍어오게 됩니다. 그리고 휘발유는 당좌 수표를 위조하는데 성공합니다. 그 사이 얼매와 제비는 작전에 쓸 차량을 훔쳐 와 대포차로 탈바꿈합니다. 그리고 일당은 한국은행으로 가서, 당좌 수표를 제시하며 현금 20억과 무기명채권 30억을 인출하게 됩니다. 이렇게 착착 진행되는 것 같았으나, 그 시각 한국은행으로 걸려온 익명의 제보 전화로 인해 일당은 범죄 사실을 들키게 됩니다. 그 결과로 얼매가 잡히고, 제비와 휘발유는 현금을 들고 사라졌으며 창혁이 죽고 김 선생은 몸을 숨기게 됩니다.
김 선생의 추적
검거한 얼매에게 이야기를 듣게 된 차 반장은 곧바로 현금을 들고 사라진 휘발유를 도박판에서 검거했습니다. 하지만 휘발유는 김 선생의 행방은 모르며, 오히려 제비에게 뒤통수 맞고 한 푼도 못 얻고 숨은 상태였습니다. 차 반장은 다시 곧바로 제비를 추적했으나 현금을 실은 차는 사라졌으며, 제비는 본인이 공사 친 술집 마담에게 살해를 당한 상태였습니다. 한편 김 선생은 경찰보다 한발 먼저 이 모든 상황을 파악했고 제비에게서 끊킨 현금의 행방을 찾기 시작합니다. 한편 최창호의 보험금을 노리고 접근해있던 서인경은 좋아하던 창혁을 닮은 창호와 잠자리를 같이 하게 되고, 우연히 그의 글씨체가 창혁과 같은 것을 알게 됩니다. 이어서 창혁의 단서를 찾아 창호의 책방까지 찾아온 김 선생은 결국 창호가 창혁인 것까지 알아내게 됩니다. 알고 보니, 창호는 창혁의 형이었고 예전에 김 선생의 유한 엔터테인먼트 사기에 투자를 했다가 돈을 다 잃고 자살을 했던 사람이었습니다. 창혁은 창호가 되기 위해, 창호와 함께 사기를 당하고 자살한 수학 교사의 부모님에게 성형 수술을 받고 창호의 모습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전소된 차량에 있던 사체는 그 부모가 안산의 무덤에서 파헤쳐 온 다른 사람의 시체였습니다. 창혁은 복수를 위해 김 선생에게 접근했던 것이었고, 김 선생은 역으로 창혁에게 사기를 쳐 돈을 받아 낼 작정을 합니다. 인경을 통해 창혁이 사기 친 돈으로 땅을 사려는 것을 알게 된 김 선생은 한발 먼저 움직이게 됩니다.
복수의 완성
부동산 사기를 전문으로 하는 서 사장을 섭외한 김 선생은 창혁이 원하는 땅을 먼저 사들인 뒤, 말도 안 되는 가격을 붙여 팔아 치울 계획을 세우게 되는데, 계약하겠다고 왔던 창혁은 돌연 나타나지 않게 됩니다. 알고 보니, 그 땅은 팔리지 않던 수학교사 부모의 땅이었고 창혁에게 복수를 하겠다고 서 사장과 김 선생이 비싸게 사준 덕분에 큰 이득을 보고 김 선생은 큰 손해를 보게 된 것이었습니다. 열받은 김 선생은 총을 들고 창혁을 찾아가게 되고, 이 와중에 차 반장과 형사들이 들이닥치게 됩니다. 김 선생은 서인경에게 경찰들에게 아무 일 없으니 돌아가게 하라고 시키지만, 서인경은 오히려 몸짓으로 신호를 줍니다. 하지만 최창혁을 데리고 빠져나간 김 선생은 산에서 창혁과 몸싸움을 벌이게 되고 이 과정에서 자신이 뇌물을 주고 수족처럼 부리던 박 형사에게 사살 당합니다. 사실 박 형사 역시 창혁과 사전에 접촉을 한 상태였고, 박 형사는 창혁에게 돈을 받습니다. 그리고 사라진 현금 20억은 창호의 책방 책 속에 있었습니다. 창혁은 자신을 도와준 대가로 인경에게 보험금 5억이 든 통장을 건네지만 인경은 통장을 두고 사라집니다. 하지만, 에필로그에서 인경과 다시 뭉친 창혁은 피부과 원장인 척 연기를 해 보석상에서 새로운 보석을 털게 됩니다.
하이스트 장르의 정수
오션스 일레븐으로 대표되는 하이스트 장르 영화의 정수를 보여줬다는 호평이 많습니다. 이 영화가 성공한 후로 영화 작전이나,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등 수많은 아류작이 개봉했으나 범죄의 재구성에는 미치지 못한다는 평이 주를 이루면서 계속해서 굳건하게 최고작의 위엄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최동훈 감독의 가장 큰 장점인 캐릭터 구성과 재치 있는 대사가 가장 잘 보인 영화라고 할 수 있는데, 이 영화 이후로 소위 믿고 보는 최동훈이라고 불릴 정도로 개봉하는 족족 실망시키지 않는 작품들을 선보였습니다. 영화에서 가장 큰 사건인 한국은행 사기 인출 사건은 실제로, 한국은행 구미 사무소 사기 인출 사건을 모티브로 했는데, 이 사건에서는 실제 범인들이 당좌 수표를 위조한 것이 아니라, 분실된 당좌수표를 이용해 사기 인출을 했으며 검거에는 실패했다고 합니다. 영화에서 당좌 수표를 위조한 휘발유에게 도대체 어떻게 했냐는 형사의 말처럼 실제로 당좌 수표를 위조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 영화의 최대 수혜자는 백윤식 배우라고도 할 수 있는데, 이 영화 이후로 어떤 한 분야의 정점, 숨은 고수, 도사 같은 이미지를 구축하며 추후 출연하는 작품마다 이 캐릭터성을 자주 가져가게 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정말 재밌습니다. 추천합니다.
'영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파묘 (Exhuma) 결말 포함 (0) | 2025.01.27 |
---|---|
검은 사제들 (The Priests) 결말 포함 (0) | 2025.01.26 |
도둑들 (The Thieves) 결말 포함 (0) | 2025.01.24 |
원 라인 (ONE LINE) 결말 포함 (1) | 2025.01.23 |
프리즌 (The Prison) 결말 포함 (1) | 2025.01.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