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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 (Concrete Utopia) 결말 포함

by 재테크 도감 2025. 1. 5.

 

재난의 시작

엄태화 감독이 연출한 영화입니다. 주연 배우로는, 이병과 박서준 그리고 박보영이 합을 맞췄습니다. 갑작스러운 대지진으로 인해 서울은 폐허가 되어버렸고, 모든 건물이 무너진 상황에 유일하게 우뚝 솟아 있는 황궁 아파트와 아파트의 입주민들에게 시작되는 이야기를 그린 재난 영화입니다. 본래 이런 디스토피아적인 상황에서의 인간 실체를 다룬 영화를 좋아하기에 큰 기대를 하고 보았습니다. 이병헌 배우를 말하지 않고 넘어갈 수가 없는데, 이 영화를 보고 도체 이병헌의 연기의 끝은 어디일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출연하는 어떤 영화를 봐도 그가 연기한 다른 무수한 캐릭터들이 생각나지 않고, 지금 영화의 캐릭터 그 자체로 보이는 연기력에 감탄을 금할 수가 없습니다. 박보영 배우 역시 칭찬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현실에 맞지 않는 이상주의자 캐릭터를 연기했는데, 영화를 보는 내내 제가 제일 싫어하는 캐릭터였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이상주의의 수준이 저한테는 너무 높아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한다고 느껴졌고 극의 몰입을 방해하는 수준이었다고 느껴졌습니다. 박서준 배우는 현실적인 인물 그 자체로 연기를 했고, 그래서인지 개인적으로는 박서준의 캐릭터가 나올 때가 가장 편하게 느껴졌습니다. 캐릭터 설정 외에, 유일하게 남은 아파트와 아파트 밖의 생존자들과의 갈등을 그린 상황 설정 자체는 독특하고 재밌는 설정이라고 생각합니다. 

 

홀로 남은 아파트

영화는 대지진 발생 후, 살아남은 황궁 아파트 주민들의 얘기로 시작됩니다. 주인공 민성은 재난 상황에 무너진 옆 아파트 주민의 도움 요청을 받게 되고, 거절하고 싶었으나 아내 명화의 배려로 받아들이게 됩니다. 그 사이 아파트는 입주민과 외부인 사이에 갈등이 생겼고 화재까지 일어나게 됩니다. 이를 계기로 황궁 아파트의 입주민들은 외부인들을 전부 밖으로 내쫓게 되는데, 화재 진압 때 큰 역할을 했던 영탁이 입주민 대표가 되어 성공적으로 일을 진행시키게 됩니다. 외부인들을 몰아낸 영탁의 입지는 공고해졌고, 명화를 제외한 입주민 모두가 환호했습니다. 아파트라는 생존 환경을 구축한 영탁의 지휘 아래 외부 순찰을 통해 식량을 조달했고, 생존자들은 더욱 풍족해졌습니다. 사실 그것은 순찰이 아니라 약탈이었고 민성은 이 과정에서 명화와 갈등을 빚습니다. 이때 바깥에서 영탁의 옆집 입주민인 혜원이 돌아왔고, 사실 입주민 영탁이 아니라 영탁을 죽인 범인인 모세범은 위기를 느끼게 됩니다. 세범은 외부인을 몰래 숨겨주던 입주민들을 찾아내 내부 방역을 완료하고, 단합을 위해 노력하나 혜원에 의해 살인범인 것을 들키게 되고, 때마침 약탈 당하던 외부인 세력의 공격으로 인해 몰락하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민성 역시 외부인들을 피해 도망가면서 명화를 지키다 사망하고, 명화는 홀로 남아 다른 외부인들의 배려를 받아 살아남게 됩니다. 

 

과한 캐릭터 설정

개인적으로는 재밌게 봤습니다만, 박보영의 명화 캐릭터를 좀 더 수정했으면 좋았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영화의 상황은 모든 시설물들이 붕괴되었고, 단 하나의 아파트만 남아 다른 선택지가 없는 상황이고, 내가 바로 그 아파트의 거주민인 상황입니다. 당장 나의 생존이 위기인 상황에서 명화 캐릭터는 내가 아니라 다른 사람만을 생각하는 이상주의적 캐릭터로 그려지는데, 이 부분이 너무나 현실적이지 못해서 와닿지도 않고 극의 몰입을 방해했습니다. 만약 이 캐릭터가 그런 이상주의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더라도, 현실과 부딪히고 순응하면서 내적으로는 끊임없이 갈등을 겪고 좌절하게 되는 모습을 보여주었더라면 훨씬 더 재미있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본인은 타인을 배려하고 싶지만, 디스토피아적인 상황에서 살아남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현실적인 모습을 보이게 되고, 그로 인해 본인의 이상과 엇갈리는 현실에 괴로워하다가도, 어떤 계기나 상황에 의해서 때때로 본인이 원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선한 인간성에 대한 작은 희망을 보여주는 모습이었다면 좋았을 것 같습니다. 그것이 오히려 보는 사람 입장에서 그래 나도 저 상황에 저랬을 것 같다는 공감을 보여주고, 재난적인 상황에서의 인간의 선함에 대해서도 훨씬 와닿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하지만 이런 개인적인 아쉬움을 차치하더라도 배우들의 훌륭한 연기력과 재미있을 수밖에 없는 상황 설정으로 인해 킬링타임용으로 손색없습니다.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