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조 블랙 코미디
구타유발자들은 원신연 감독의 블랙 코미디 영화입니다. 지금은 영화에서 보기 힘든 이문식과 한석규 주연으로, 지금도 친숙한 오달수 배우가 조연으로 출연합니다. 한석규는 주연으로 출연하긴 하지만, 실질적으로 출연 시간이 길진 않습니다. 영화는 대부분 이문식을 중심으로 전개됩니다. 이문식은 과거 현재 미래를 아우르는 폭력의 중심에 서 있습니다. 아마도 주연으로 선정된 것에는 한석규의 네임 밸류가 한몫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포스터를 보면 단순한 코미디 영화인가 싶을 수 있지만, 사실은 폭력적인 묘사가 주를 이루는 블랙 코미디 영화입니다. 폭력적인 묘사뿐만 아니라, 전개 역시 대중성은 포기했다고 봐야 하기 때문에 평점도 낮고, 평은 극과 극으로 갈리는 경향이 있습니다만, 필자에게는 인상적인 영화였습니다. 보고 나서 기분이 좋지 않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 내내 굉장히 몰입해서 봤던 기억이 있습니다. 영화를 관통하는 주제는, 폭력의 대물림으로 각 등장인물들의 관계성에 주목해서 보다 보면, 마지막 반전에서 큰 재미를 느낄 수 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이문식과 한석규 그리고 이병준 배우의 연기가 매우 훌륭했습니다. 개봉 당시에는 흥행에는 크게 성공하지 못했고, 평단의 반응은 극명하게 갈리지만, 필자와 같이 분명 취향에 맞는 사람이 있을 거라고 확신합니다. 다만 폭력적인 장면을 못 보는 분들은 주의 바랍니다.
불편함의 연속
성악과 교수 영선은 새로 뽑은 벤츠 차량에 인정을 태우고 강원도 인적 드문 강변에 차를 세웁니다. 그리고 인정에게 작업을 걸려다가 실패하게 되고, 인정은 도망칩니다. 영선은 차를 빼 돌아가려다 웅덩이에 빠져 움직이지 못하게 되는데, 이때 동네 양아치들이 영선의 벤츠에 관심을 보이며 둘러싸게 됩니다. 한편 인정은 봉연을 만나 터미널로 가달라고 부탁하지만, 봉연은 인정을 데리고 영선과 양아치에게 돌아옵니다. 그렇게 불편한 사람들과 불편한 상황 속에서 봉연의 주도로 삼겹살 파티를 하게 됩니다. 이때 양아치들이 가져온 자루 속에서 멍이 가득한 학생이 나오게 되고, 영선과 인정은 깜짝 놀라게 됩니다. 학생은 저항하다가 양아치들에게 또 맞게 되는데, 기절하게 됩니다. 양아치들은 그를 땅에 묻으려 하고, 이런 혼란을 틈타 도망친 영선은 앞선 장면에서, 속도위반 벌금을 매겼던 경찰을 대동해서 다시 등장합니다. 경찰인 문재는 사실 봉연과 안면이 있던 사이였습니다. 봉연을 괴롭혔던 인물인데, 아이러니하게 그는 경찰이 되었습니다. 경찰답게 정리를 하려던 문재는 결국 자신만의 폭력적인 방식으로 상황을 정리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학생은 문재의 친동생이었고, 봉연이 폭력을 되돌려주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문재는 동생을 데리고 떠나며, 쥐약을 용각산인 줄 알고 먹었다가 죽게 되고 양아치들도 다 떠나면서 영화는 끝이 납니다.
폭력의 전이성
구타유발자는, 폭력과 힘에 대해 심도 있는 내용을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문재에서 봉연으로, 그리고 봉연에서 다시 문재의 친동생으로 이어지는 폭력의 전이성. 폭력은 폭력을 낳고, 받은 상처는 고스란히 다른 이에게로 건네진다는 것을 깨닫게 해줍니다. 현대 사회에서도 이런 모습이 참 많이 보이고 있습니다. 일례로 우리는 인터넷 속에서 알지도 못하는 상대방에게 수많은 악플을 달고, 또 악플을 돌려받는 상황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영화에서도 성악과 교수 영선은 봉연 일당이 받고 건네주는 폭력의 전개와는 관련 없는 새로운 인물이지만, 그들에게 끌려다니며, 괴롭힘을 당하게 됩니다. 그들이 가진 폭력성에는 예외가 없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누구라도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뜻입니다. 그러면, 봉연은 문제가 없는가? 그렇지 않습니다. 봉연 역시 교수라는 사회적 지위를 이용해서 인정을 겁탈하려고 했던 인물입니다. 그저 지위에 따른 힘이 아닌 거친 폭력에 약한 인물일 뿐, 그 역시도 폭력적인 인물인 것은 마찬가지입니다. 그리고 영화 내내 폭력적이고 강한 인물로만 그려졌던 봉연 역시, 문재의 폭력에 대한 피해자였습니다. 우리 사회를 이렇듯 날 것으로 표현해낸 감독이 대단하다고 느껴졌던 부분입니다. 다 되돌아오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한 폭력, 온정 모든 것이 말입니다. 어떤 것을 주고 어떤 것을 돌려받을지는 우리의 선택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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